Thursday 17 March 2016

#120 새로운 치료법, 광유전학 (한국어)


새로운 치료법, 광유전학


우리의 두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신경세포는 1000여 개 이상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접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어느 특정 회로만을 구별하거나 활성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전기전극을 뇌의 특정부위에 꽂아 활성화시키는 기존의 전기생리학적 방법은 원하지 않는 주변 신경회로까지 모두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정교한 회로의 기능연구에는 한계를 나타내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신경과학에 있어 새로운 방법론을 연구하였고 빛을 이용한 접근법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과학자들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볼복스와 같은 광합성에 의존하는 녹조류가 빛에 반응하여 움직인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녹조류에는 채널로돕신2(Channelrhodopsin 2)라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있다. 채널로돕신에서 채널은 무엇인가가 통과한다는 뜻의 채널을 의미하며 로돕신은 빛과 관련된다. 이 단백질은 세포 표면에 위치하는 세포막 이온채널 단백질로, 빛에 따라 채널의 문을 열고 닫아 이온들이 세포 내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조절한다. , 채널로돕신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주입한다면 신경세포의 세포막에서 채널의 열고 닫힘을 빛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신경세포의 채널이 열리면 세포 안으로 칼륨이온과 같은 양이온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그 결과 세포 안과 밖의 전위차가 발생하여 신경세포는 흥분하게 된다. 신경세포는 흥분하면 신경망을 통해 즉각적으로 신경신호를 서로에게 전달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의 뇌는 활성화 된다. 그렇다면 채널로돕신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어떻게 주입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유전공학 기술이 접목된다. 과학자들은 채널로돕신 단백질을 유전자의 형태로 신경세포에 주입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운반체가 활용되는데, 바이러스 운반체의 원리는 유전공학적으로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제거하고 세포를 감염시키는 침투 유전자만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조작한 바이러스에 원하는 유전자를 달아 세포에 감염시키면 목표 유전자를 세포 내부로 전달할 수 있다. , 바이러스 유전자에 채널로돕신의 유전자를 연결시킨 유전자 복합체로 일종의 운반체를 만들면,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침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세포 내부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빛을 통해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기술을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고 한다. 광유전학은 빛의 파장에 따라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전기 생리학적인 방법보다 더 정교하게 신경세포들을 조절할 수 있다. 2005, 미국 스탠포드대학 칼 다이서로스 연구팀은 실제로 채널로돕신2 단백질 유전자를 실험실 배양접시에서 자라고 있는 신경세포에 삽입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연구팀은 2010,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생쥐의 근육 움직임을 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Nature medicine’에 게재했다.

광유전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들이 여러차례 시도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것이다. 쥐들은 본능적으로 탁 트인 공간에서는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잘 활보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과학자들이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해 쥐의 불안감을 조절하는 편도체의 특정 신경망에 빛을 쪼여주자 쥐들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공간을 활보했다. 이는 광유전학 기술이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는 시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미국 남가주대 알란 호사저 연구팀은 망막 세포 중에서 이극세포라고 불리는 특정한 세포만을 활성화시켜 맹인 생쥐의 시력을 기초적인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보고했다. 더 나아가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쉐일라 니렌버그 연구팀은 장님 생쥐가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에서부터 센트럴파크의 복잡한 파노라마 풍경까지 거의 모든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인공 망막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인공 망막은 현재도 존재하지만 눈 속 깊숙이 일련의 전극을 이식하는 외과수술을 필요로 한다. 이식된 전극은 시신경세포를 자극하여 정보를 뇌로 전달하지만 외부적인 배터리를 필요로 하며 아주 어두운 곳에서 밝은 물체만을 대략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의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한 인공망막은 이와 같은 외과수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시력장애를 겪고 있는 인간에게도 이 기술을 적용하여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세번째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한 연구팀은 광유전학을 통해 인슐린 생산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망막에 위치한 멜로놉신이라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이용하여 인슐린 생산에 관여하는 인자를 활성화 시켰다. 이 연구는 주사나 약물을 복용하는 대신 인체 내에서 필요에 따라 약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도 과학자들은 광유전학이 뇌의 신경전달 경로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파킨슨병, 무도병, 운동이상증 등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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